번역/우유리흐의 처방전

10 articles
  1. 2020.05.24 1-11 공략 캐릭터
  2. 2020.05.24 01-10 호감도 선택지
  3. 2020.05.24 01-09 히로인
  4. 2020.05.24 01-08 제2이케맨과의 만남
  5. 2020.05.24 01-07 제1이케멘과의 만남
  6. 2020.05.24 01-05 접수
  7. 2020.05.24 01-04 코스튬
  8. 2020.05.23 01-03 손
  9. 2020.05.23 01-02 설치
  10. 2020.05.23 스테이지 1 <개막> 01-01 저주받은 오토메 게임

드렉퀸에게 끌려 뛰어가다 보니 어느새 로비에 돌아왔다.

마츠리: 허억…… 허억…….

너무 달렸더니 옆구리가 아팠다.

???: 위험했네. 당신, 신입?

드렉퀸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버젓한 남자다.

마츠리: (이 녀석,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발치를 보자 그의 두 다리는 내 왼팔과 마찬가지로 기계였다.

본디 키가 컸겠지만, 힐을 신고 있으니 더욱 크다.

마츠리: 그래…… 괜찮아. 고마워, 살았어.

감사의 표시를 하고자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쉬이이잇!

찰싹!

마츠리: 아야!

손등이 힘껏 내리쳐졌다.

???: 함부로 만지지 마! 나, 게이도 바이도 아니니까!

마츠리: 그럼, 왜 그런 모습에 말투인데.

???: 누군 좋아서 하는 줄 알아? 전부 히로인 대책이야. 이 모습이면 히로인의 공략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마츠리: 그런 모습이면 안 덤벼?

???: 그래, 맞아. 틀림없어.

???: 왜냐하면, 나는 히로인이 이 세계에 왔을 때부터 살아남았으니까!

마츠리: 왔을 때부터라니?

???: 이 게임이 시작했을 때부터.

마츠리: 시작했다…… 는 건, 너는 게임에 끌려 들어온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 맞아. 나는, 이 오토메 게임의 공략 캐릭터.

이 녀석, 자기가 게임의 캐릭터라는 자각이 있는 건가.

공략 캐릭터라는 건, 원래부터 이런 기발한 복장을 한 건 아니라는 거겠지.

마츠리: 잠깐. 역시 본 적 있어.

마츠리: 아주 최근에, 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어머, 어디서?

마츠리: 어디냐니…….

마츠리: 앗.

머릿속에서 과거를 회상하자, 곧바로 해당하는 기억이 떠올랐다.

내 방에서 본 '우유리흐의 처방전'의 톱 화면이다.

마츠리: 서, 설마…….

마츠리: 너…… 톱 화면에 있던, 아무리 봐도 메인 캐릭터 같던 남자인가!

???: 톱 화면을 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걸. 나야말로 주역에 어울리는 남자니까!

마츠리: ……….

키리오: 나, 키리오라고 해. 잘 부탁해.

키리오가 윙크했지만,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오토메 게임의 히로인이 괴물이고,

그 히로인에게 공략당해야 했을 이케맨 캐릭터가 드렉퀸이 되어 있었다.

대체 뭐란 말인가, 이 게임은.

아니 그런 것보다도…… 나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꿈이라면, 빨리 깨었으면 한다.

 

STAGE 1 개막 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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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

마츠리: !!

히로인이 나를 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 수밖에 없었다.

몸이 차갑게 식는다. 관자놀이가 아팠다.

불쾌한 기분이 뱃속에서부터 기어올라왔다.

마츠리: 으으…….

마츠리: 아냐…… 아냐…… 나는 아무것도…….

히로인: 그워어어-

마츠리: !

▶잘 부탁해◀

▶왠지 부끄럽다◀

▶잘 생겼구나◀

히로인 앞에 세 가지 그림이 표시됐다.

▶잘 부탁해◀

▶왠지 부끄럽다◀

잘 생겼구나

묘한 소리가 왼팔의 팔찌에서 들렸다.

마츠리: ?

왼팔을 보자 방금까지는 없었던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 보석은 뭐지?

이젠 영문을 모르겠다.

히로인: 최애~

마츠리: !

히로인이 다가온다.

마츠리: 시…… 싫어.

나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은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히로인: 응…… ㄴ…… 하……게에~

히로인이 팔을 내게 뻗었다. 그 팔은 수많은 남자의 팔이 엉켜 이루어져 있었다.

손 끝에는 인간의 손가락이 몇십 개, 몇 백 개가 자라나 있다.

마츠리: 가까이 오지 마!

???: 숨 참아!!

마츠리: !?

데굴데굴 히로인의 발치에 캔이 굴러갔다.

펑!

폭발음과 함께 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주변 일대가 연기로 새하얘졌다.

히로인: 그아아아악~!

어디에선가 히로인이 괴성을 질렀다.

???: 키에에에에!!

그 반대편에서도 괴성이 들려왔다.

 

 

???: 으랴! 못생긴 여자! 조금은 화장이라도 하고 다녀!

흰 연기 안에서부터 드렉퀸 같은 모습의 사람이 튀어나왔다.

양 손에 든 나이프로 히로인의 몸을 난도질했다.

히로인: 아아아악!

난도질당한 히로인은 고통에 찬 소리를 냈으나 피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마츠리: 어? 뭐야?

???: 이쪽이야!

마츠리: 헉.

드렉퀸에게 손목을 잡혀 일으켜졌다.

???: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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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이케맨: 히로인이 와!! 부탁이야, 도와줘!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추측하건대, 히로인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만나야만 하는 존재이다.

그냥 여자잖아?

그런데도 이 녀석은 왜 이리 겁에 질린 걸까. 상당히 귀찮은 여자인가?

???: 으~…….

마츠리: !

신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있다.

제2이케맨: 아아~, 왔다~!!

저것이 히로인인가?

히로인인가? 인간의 형태가 아니잖아.

나는 남자를 매달고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펜스에 막혀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남자가 '히로인'이라고 부른 것이 조명 빛에 비쳤다.

마츠리: ……… 괴물.

거대한 생명체다.

적어도 인간은 아니다. 인간의 부품을 몸에 두른 무언가 이다.

수많은 인간 남자의 몸을 해체해서, 한 덩어리로 조립한 듯한 모양새이다.

이게 히로인?

???: 도와줘…… 괴로워……무서워…….

마츠리: !?

히로인의 몸에 붙은 얼굴이 말했다.

???: 으으~…… 싫어~

신음 소리의 정체는 그들이었나.

제2이케맨: 히로인! 이 녀석부터 먼저 공략해줘!

마츠리: 야!?

남자가 나의 등을 떠밀어 히로인에게 내밀려한다.

히로인: ……… 그워어~

히로인의 수많은 눈알이 내 뒤편의 남자를 향했다.

▶응원할게◀

▶계속 같이 있자◀

▶정말 좋아해◀

갑자기, 히로인 앞에 3개의 디스플레이 같은 것이 나타났다.

마츠리: (저건…… 3택?)

▶응원할게◀

계속 같이 있자

▶정말 좋아해◀

제2이케맨: 그런! 어째서!!

남자가 소리쳤다.

제2이케맨: 싫어, 싫어! 난 너 따윈 안 좋아해! 나는——

제2이케맨: 윽!!

갑자기 남자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츠리: 이봐, 괜찮아!?

내가 남자에게 닿기도 전에, 히로인이 남자의 몸을 덥석 쥐었다.

히로인이 입을 벌렸다. 그 녀석의 입천장에는 이빨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히로인은 움찔움찔 경련하는 남자를 들어서는, 그러고는…….

 

먹었다.

마츠리: ……….

쩝쩝 소리를 내며 먹힌 남자를 멍하니 보는 수밖에 없었다.

발이 굳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무섭다.

얼마 있으니 먹혔던 남자의 얼굴이 히로인의 다리에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자랐다. 버섯처럼.

그는 히로인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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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기 위해서는, 이 세계에서 탈출해야 할 것 같다.
그걸 위해서는 이 게임의 히로인을 꼬셔야만 한다. 
마츠리: (히로인을 찾자.)


▶간판

엘리베이터 옆에 간판이 있다.

캐주얼 2층, 공부・교육용 3층, 테이블 4층, 스포츠 5층, 시뮬레이션 6층, 어드벤처 7층, 액션 8층, RPG 9층, 오토메 10층

층 표기겠지.

 

▶가장 오른쪽 로봇

마츠리: 이봐, 이 주변에서 인간 못 봤어?
로봇: 저기, 어제 '라스트 레전드'봤어? 
마츠리: 내가 먼저 물었어.
로봇: 저기, 어제 '라스트 레전드' 봤어?

내 질문에 답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마츠리: 뭐야 그건.
로봇: 에~ 안 봤어? 아~아 누가 살아남을까? 
마츠리: ???

로봇: 저 큰 모니터로 보고 싶은데, 망가져서 작동하질 않아…….
마츠리: (사람 말을 듣질 않는군.)

 

▶모니터

큰 모니터가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왼쪽에서 두 번째 로봇

마츠리: 이 주변에서 인간 여성 본 적 있어?

로봇1: 아~ 그건 히로인?

마츠리: 음? 그래. 히로인.

게임 내 캐릭터도 히로인을 '히로인'이라고 부르는 건가.

고유명사는 없나?

마츠리: 그 여자는 어디에 있지?

로봇1: 글쎄? 그녀는 망가졌으니까.

마츠리: 망가졌다?

로봇1: 그러니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이동에 법칙성은 있다고 들었지만, 난 모르겠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로봇

로봇: 인간 여자애? 아아, 히로인 말이지. 아까 복도에서 봤어.

마츠리: 어디 복도?

로봇: 오른쪽 복도야.

마츠리: 고마워.

 

▶가장 왼쪽 로봇

로봇2: 그녀는 좀 허당 같았지.

로봇3: 긍정적이고 착한 애였지.

로봇2: 우수하고 착한 애였지.

로봇3: 우수한 걸 자만하지 않는 점이 좋았어.

전부, 과거형이다.


마츠리: 아무래도 히로인은 여기가 아니라 복도에 있는 모양이야.

 

▶1층 복도로 이동

히로인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던 복도로 와 보았다.

갈림길이 많고, 펜스로 막혀 있는 길도 있었다.

나아갔다가 돌아오고, 나아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마치 미로 같다.

마츠리: 뭐야, 여기도 막혔나.

또다시 펜스에 의해 길이 막혔다.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했을 때——

???: 도와줘!!

마츠리: ?

인간 남자가 이곳을 향해 달려왔다.

그 또한 잘생긴 얼굴이다.

제2이케맨 발견. 물론, 나보단 못하다.

마츠리: 왜 그래? 너도 게임에 끌려온 사람이야?

제2이케맨: 그래, 맞아! 그 외에 뭐가 있겠어!!

제2이케맨: 호감도가, 앞으로 1개면 MAX야! 당신은?

남자가 갑자기 내 왼팔을 잡았다. 내 팔찌를 확인하는 듯하다.

제2이케맨: 뭐야, 당신. 아직 호감도 0잖아. 잘 됐다, 교체해줘!

남자가 필사적인 모습으로 내게 매달렸다.

남자의 팔을 보자 나와 같은 팔찌가 있으나, 나의 그것과는 다르게 표면에 녹색 보석이 2개 박혀 있었다.

마츠리: 기다려, 무슨 소리야?

제2이케맨: 녀석한테 들켰어!

마츠리: 녀석이 누군데?

제2이케맨: 당연한 거 아냐!! ……!?

남자가 뒤를 돌아보고는 온 길을 겁먹은 눈으로 보았다.

제2이케맨: 아아…… 온다! 싫어, 도와줘!!

마츠리: ???

제2이케맨: 히로인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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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에 들어가니 천장이 높은 홀이 펼쳐졌다.
방 중앙에는 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츠리: 넓군……. 
있는 건 로봇뿐이다. 인간은 없는걸까?

???: 여, 인간이잖아.

마츠리: !

돌아보니 인간 남자가 서 있었다. 사람이다!
꽤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나보다는 못하다. 제1이케멘이라고 부르자.
제1이케멘: 너도 저주받은 게임에 끌려 들어온 놈이지?
동료다.

마츠리: (다행이다, 다만 그런 게 아니구나.)
웃음이 나오는 걸 참으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마츠리: 어, 그래. 하지만 신경쓰진 않아. 이건 내가 보고있는 그냥 꿈이니까.
제1이케멘: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내 꿈이야.

마츠리: 뭐? 그쪽이야말로 무슨…… 아니, 잠깐.
지금 보고 있는 꿈은 나의 꿈일까 남자의 꿈일까. 집에서 읽은 고전 교과서를 떠올렸다.
마츠리: 장자같은 문답이 됐네. 그렇다면 누가 보는 꿈인지따위는 사소한 거야.

제1이케멘: 뭐, 그렇지. 네가 뭐라고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제는 어떻게 이 꿈에서 깰 수 있을까. 겠지?

마츠리: 동감이야.
제1이케멘: 위험하게도, 난 이 꿈에서 일주일이나 지냈어.

마츠리: 진짜?
그런 것치고는 남자는 평온했다.
제1이케멘: 하지만, 안심해. 난 드디어 정답을 알아챘거든.
제1이케멘: 게임 세계에 헤맨다는 얘기는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보는 설정이야 .
제1이케멘: 그런 소재의 작품은, 대체로 게임 세계에서 탈출하면 끝나지.
제1이케멘: 이 꿈도 게임 세계를 탈출한다면 분명 끝날거야

마츠리: 어떻게 탈출하지?

제1이케멘: 게임을 클리어하는 거야.

마츠리: 게임 클리어…….

제1이케맨: 보통은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면 클리어지만, 이 게임은……

마츠리: 오토메 게임…… '히로인이 이케맨을 공략하는 게임'이라고 들었어.
제1이케맨: 그렇지. 그러니까 이 게임은 주인공——히로인을 공략하는 게 클리어라고 생각해.
마츠리: 뭐야, 간단하잖아.

제1이케맨: 그래. 별 거 아니지.

남자가 이빨을 보이며 웃는다. 이상할 정도로 이가 희다.
마츠리: 거대한 몬스터를 쓰러트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럼, 같이 히로인을 찾자.
제1이케맨: 잠깐, 그건 아니지.

마츠리: 뭐?

제1이케맨: 게임 히로인은 한명밖에 없잖아? 그 여자를 꼬시는 남자는 한 명 뿐일지도 모르잖아.
마츠리: …… 양다리걸칠 수 있을지도.
제1이케맨: 그러면 안 되지.

마츠리: …………. 
제1이케맨: 우린 지금부터 라이벌이야. 너도 나보단 못하지만, 이케멘이지. 건투를 빌게.

마츠리: …… 그럼, 왜 나한테 클리어하는 법을 알려준 거야?
제1이케맨: 네가 신입처럼 보여서. 곤란한 녀석을 돕지않는 건 미남의 수치니까.
남자는 씩씩하게 걸으며 자리를 떴다. 성격도 상당히 이케멘이지 않은가. 

마츠리: 또, 혼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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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눈에 띄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큰 철문 옆에 접수처로 보이는 곳이 있다.
마츠리: 누구 없어?
접수 로봇: 네~

마츠리: ………….
접수 로봇: 무슨 용무신가요~?
로봇이다.
요즘엔 로봇이 접수를 하는 회사나 호텔도 없지는 않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조금 더 외관이 보기좋은 로봇을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녹이 슬었다.

마츠리: 그러니까…… 여긴 어디야?

접수 로봇: 이곳은 우유리흐 팩토리입니다.

마츠리: 우유리흐………….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이건 꿈이다.
어디부터가 꿈이었을까. 오늘 아침에 여자한테 뺨을 맞은 부분부터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저주받은 게임의 얘기를 하던 사라사도 현실이 아닌 것이다.
나는 저주받은 게임을 헤맨다는 설정의 꿈을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마츠리: 누구 책임자는 없어?
접수 로봇: 예약은 하셨나요?
마츠리: 아니. 
접수 로봇: 그럼, 만나실 수 없습니다.
마츠리: 안에 들어갈 순 없을까. 
접수 로봇: 통행증이 필요합니다.
마츠리: 그렇구나.
로봇이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마츠리: 칫.

어떻게 할까.
이 주변에 드나들 수 있을만한 건물은 여기밖에 없다.
아무리 꿈이라고는 해도, 꽤 걸으니 다리가 피로해졌다.

로봇: 하아~

마츠리: ?
철문 옆, 벤치에 앉은 로봇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분명 말 안 하는 오브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로봇: 당신, 팩토리 안에 들어가고 싶어?

마츠리: 어, 어어…….
로봇: 그럼 이거, 줄게
로봇이 카드를 내게 내밀었다.
마츠리: 이건…… 통행증인가? 괜찮겠어?
로봇: 그래, 괜찮아. 이젠 내게 필요없으니까

마츠리: 뭐?
로봇: 해고당했어. 
마츠리: …… 그렇구나.
로봇: 이제 피처폰의 시대가 아니니까.
마츠리: 뭐, 피처폰?

무슨 소리지?
마츠리: 어쨌든, 필요했어. 고마워.


통행증

팩토리의 통행증

로봇의 얼굴이 붙어있다.



이것으로 우유리흐 팩토리 안에 들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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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그곳은 공업지대였다. 어디에나 굴뚝이 있었다.

어느 굴뚝에서도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공기는 좋지 않아 보인다.

아니, 공업지대가 맞을까?

무의미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조형물이 여기저기 존재했다.

저 멀리에는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 육교가 있었고,

그 위를 일본에서는 본 적도 없는 중갑 차 같은 열차가 어딘가를 향해 달렸다.

마츠리: 뭐야, 여긴…….

나는, 방금까지 내 방에 있었을 텐데.

거기서 저주받은 게임이 설치되었고……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적어도 여긴 내 방이 아니다.

내가 아는 세계가 아니다.

???: …… 아아아아! 싫어어어어어!

마츠리: !

???: 싫어어어어어! 싫어어어어어어!

머릿속에서 비명이 들린다.

마츠리: (…… 위험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소리를 내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

몸의 끝부분부터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공황이다.

안돼, 이대로라면 과호흡으로 이어진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마츠리: 진정해, 나. 나는 머리가 좋고 잘생겼고…… 뭐든 할 수 있는 남자잖아.

몇 번인가 심호흡을 반복하고, 조금 평정을 되찾았다.

마츠리: …… 우선은,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돼.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째서인지 길섶에 세면대가 있었다. 왜 이런 곳에.

마츠리: !?

 

 

거울을 보자 내 얼굴이 비췄다.

왼팔이 기계였다. 관절부분이 톱니바퀴로 되어있다.

시험삼아 손바닥을 쥐었다 펴본다. 무엇 하나 불편할 것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또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진정해, 진정해. 몇 번이고 되뇌였다.

내 팔을 확인했다.

마츠리: 이것도 시계는 아닌 모양인데.

기계 팔에는 조잡한 장식의 팔찌가 끼워져 있다. 
손에 들고 관찰하려고 했지만 팔찌가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빼야 하지.

마츠리: 으음~?
재차 전신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잘 보니…… 아니, 어디에서 어떻게 봐도 이 모습은 멋있지 않은가.
멋있다, 멋있어. 역시 나.
마츠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보이는군.
멋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점점 진정되었다.
냉정한 상태로 다시 주변을 확인했다.
마츠리: 이 주변엔 아무것도 없네…….
아무것도 없는 것도 모자라, 인기척도 전혀 없다.
하나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면, 멀리 보이는 큰 나무다.
이 주변의 유일한 유기물인 듯, 매우 눈에 띈다. 하지만 나뭇잎은 한장도 붙어있지 않은 듯하다.
마츠리: 어떻게 할까.

어딘가 건물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출입구가 보이는 건 조금 떨어진 유달리 높은 건물 뿐이다.
마츠리: 저기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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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마트폰에 저주받은 게임이라는 소문의 '우유리흐의 처방전'이 멋대로 설치 되고 있다. 

마츠리: 어…… 어째서!?
사라사의 몰래카메라인가?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할만한 여자는 아니지 않던가. 애초에, 그녀가 날 원망할 만한 짓을 한 기억은 없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그녀에게 뭔가 저질렀나?

마츠리: 어, 어떻게 하지……?

 

▶스마트폰의 전원을 끈다

마츠리: 그, 그래! 전원을 끄면……
스마트폰의 사이드 버튼을 길게 눌러 전원을 끄려 시도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꺼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츠리: 이 방법으로는 안되나. 젠장, 어떻게 해야……

 

▶내버려둔다.

마츠리: 별로…… 안 무서워. 아무렇지도 않아…….

마츠리: ……….

마츠리: ……….

마츠리: 무리무리, 무서워! 무서워! 어떡하지!!

어떻게든 설치를 막아야만 한다!


위험한 것에서는 떨어지는 게 상책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내버려두고 내 방에서 뛰쳐 나오려고 했다.

덜컹덜컹!
손잡이를 돌려봐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마츠리: 왜 안 열리는거야!

마츠리: 젠장, 마지막 수단이다!
스마트폰을 공포가 이겼다.

빠직!
나는 내 스마트폰을 벽에 던졌다.
땅에 떨어진 스마트폰의 액정은 깨져 있었다.
이것으로 저주받은 게임의 설치는 피했다.

마츠리: 하아ー……
큰 한숨을 쉰다.
마츠리: (대체 뭐였지…) 
사라사에게 연락이 하고싶다.
그녀가 저주받은 게임에 대해 말한 그 당일에, 내 스마트폰에 게임이 설치될 뻔했다.
분명히 무언갈 알고있음에 틀림없다.
그녀의 연락처는, 방금 부순 스마트폰 이외에도 태블릿 안에 등록되어있을 터다.
백업은 중요하다.

마츠리: !?

어디서부터인가 낯선 곡이 들려온다.

마츠리: …… 설마.

나는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을 보았다.

마츠리: 이건………….

 

 

'우유리흐의 처방전'이 태블릿에 설치되어있다.

그냥 보기에는, 같은 건 없다. 그냥 게임 화면이다.

딱 봐도 소녀만화풍의 선이 얇은 그림체의 캐릭터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

마츠리: 이게 저주받은 게임? 하핫, 허탕도 적당히 쳐야지.

갑자기 톱화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마츠리: !?

 

쿵!

마츠리: ……… 어라.

살아있다. 게다가 상처도 하나 없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엄청나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그런데, 내가 왜 떨어진 거지?

짝짝짝...

마츠리: ?

어딘가에선가부터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마츠리: 문?

달리 갈 수 있는 곳도 없다.

눈앞의 문을 열었다.

마츠리: ……….

마츠리: 뭐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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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강의를 마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밖에 없는 방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울렸다.

마츠리: …….

혼자 있는 건 싫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동급생 남자와의 메세지를 읽어본다.

'밥이라도 먹을래?'라고 내가 보낸 메세지에 읽음 표시는 붙어있으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장이 없다.

남자인 친구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 걸까.

여자인 친구는 간신히 사라사가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나는 가장 중요한 친구는 아니겠지.

마츠리: ………… 맞다, 사라사 녀석.

저주받은 게임이라니, 별로 무섭지 않다.

그저, 실종된 남자들이 전원 이케멘이라는 게 신경쓰일 뿐이다.

나도 이케멘 중 하나다. 아니, 하나 정도가 아니지. 이케멘의 대표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이건 자랑이지만 여자 버릇도 나쁘다.

저주받은 게임의 이야기가 만약에라도 진짜라면, 나는 확실하게 표적이 되겠지.

그러나, 그래봤자 도시전설이다.

'우유리흐의 처방전'

그게 저주받은 게임의 제목이라고 한다. '우유리흐'가 뭐지?

시험 삼아 인터넷에서 '우유리흐의 처방전'을 검색해봤지만,
나오는 건 별 내용없는 기사 뿐이고, 게임 그 자체는 찾을 수 없었다.
당연하다. 정말 있는 얘기일 리가 없다. 겁 먹어봐야 소용없다.

띠링-

마츠리: 헉,
갑자기 스마트폰의 착신음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보았. 사라사로부터의 메세지다.
'무서우면 같이 밥 먹어줄 수도 있어. 물론 마츠리가 사는 걸로!'
바보 아냐, 쟤?
누가 무섭다는거야
.

띠링-

마츠리: 힉…
이번엔 전화다. 이 여자가.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마츠리: 야, 사라사. 나는 겁 안 먹었어.

사라사: ………….

마츠리: 사라사?

사라사: ………….

마츠리: 왜 그래, 무슨 말이라도 해봐.

사라사: …… 생

마츠리: ??? 

사라사: 역……ㅈ……역……재……

마츠리: 뭐? 뭐라고?
사라사의 목소리가 아니다. 목이 쉰 노파 같은 목소리였다.
누구자? 분명 사라사로부터 온 착신이었는데.
마츠리: 그만해, 장난치지마 .

사라사: 역…… 재…… ㅇ……

마츠리: 알았어, 인정할게. 이런 얘기는 잘 못 듣는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만해.
사라사: 역재생
통화를 끊었다.
지금 이건 누구지?
통화이력을 확인한다.
틀림없다. 사라사로부터의 착신이었다.

마츠리: 응?
무언가가 설치되고 있다.

마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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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탤런트로 데뷔한 건 7살 때였다.

일거리는 순조롭게 들어왔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건 역시 '그 영화'이다.

쓸데없이 히트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 작품 이후로는 비슷한 역할의 의뢰만이 오게 되었다.

같이 일했던 배우 중에는 유명해진 녀석도 있었고, 두 번 다시는 그 이름을 보지 못하게 된 녀석도 있었다.

이 얘기를 하는 나는, 계속 '그 영화'에 사로잡혀있다.

벌써 3년, 제대로 된 예능계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때에 발견한, 인터넷 방송.

 

 

아직 할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소모품 따위가 아니다.

 

 

 

여성1: 최악!

짝!

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강의실 안을 울렸다.

내 뺨을 때리는 소리이다.

여성1: 이젠 몰라!

마츠리: 기다려.

교실에서 나가는 여자를 쫓아가는 척한다.

물론, 척만. 정말 쫓아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저 여자와는 이제 끝. 다음 여자에게 가면 그만이다.

여성2: 마츠리 군, 괜찮아?

여성3: 저 애도 너무하다. 빨리 헤어져버려, 카도 군.

다음 후보는 산처럼 쌓여있다.

마츠리: 하지만, 아직 좋아한단 말이야.

시무룩하게 있어본다.

여성2: 불쌍해라…… 힘내.

여성3: 걔 말고도 여자는 많잖아.

그 말이 맞다.

마츠리: 고마워. 아, 강의 시작한다.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왔다.

나는 모여있던 여자들과 헤어져, 자신의 짐을 둔 자리로 돌아왔다.

사라사: 지긋지긋한 남자.

내 뒤에 앉은 유미 사라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사라사: 방금 그 애와는, 벌써 끝이야?

마츠리: 그래, 공략한 여자에는 흥미가 없어. 다음 여자를 찾을 거야.

사라사: 지겨워라.

사라사는 내 유일한 친구이다.

미인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에게는 전혀 흑심을 품지 않게 된다.

사라사: 조만간 여자한테 살해당할지도.

마츠리: 남자로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게 없겠네.

사라사: 바보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라사는 웃고 있다.

사라사: 그래, 너한테 딱 맞는 도시전설을 알려줄게.

뒤에서 사라사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광고수입을 목적으로 한 기사 모음이 표시되어있다.

마츠리: 이케멘만을 노리는 저주받은 게임!?

마츠리: 뭐야, 이 바보같은 기사는

사라사: 우선은 기사를 읽어봐.

마츠리: 읽는 거 귀찮아. 네가 설명해.

그렇게 말하니, 사라사는 기쁜듯이 설명을 시작한다. 얘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사라사: 이케멘의 실종이 전국에서 있다르고 있대. 어느날 갑자기, 전조도 없이 실종된다고 하더라고.

마츠리: 죽은 건 아니고?

사라사: 그럴 가능성도 높다고들 하더라.

사라사: 그도 그럴게, 모두 귀중품이나 스마트폰은 자택에 놓고 갔대.

마츠리: '그렇대'만 몇 번째야?

사라사: 도시전설인걸 어떡해.

사라사: 사라진 이케멘들한테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여자 버릇이 나쁘고———

마츠리: 이케멘의 천성이지

사라사: 얘길 좀 들어봐. 그리고, 전원의 스마트폰에 같은 게임이 있었대.

마츠리: 무슨 게임?

사라사: 오토메 게임.

마츠리: 뭐?

사라사: 여성을 타겟으로 한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오토메 게임이라고 한대.

사라사: 즉, 히로인이 이케멘을 공략하는 게임.

마츠리: 왜 남자가 그런 게임을 해?

여자가 없는 놈이라면, 여심을 공부하려 했다는 가능성이라도 있다. 불쌍한 남자들이다.

하지만 나같은 미남자라면 그럴 필요는 없다. 여자가 멋대로 다가오니 말이다.

사라사: 당연히 멋대로 설치된 거지. 그러니까 저주라고 하는거야.

사라사: 마츠리도 조심해. 어느새 저주받은 게임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마츠리: 바보같아.

사라사: 아까 여자애, 기가 세보이더라~ 그냥 안 넘어갈지도.

마츠리: ………… 그래서?

사라사: 응?

마츠리: 게임의 제목말이야. 뭐라고 하는데.

사라사: 무섭지?

마츠리: 설…… 마. 그냥 호기심이야. 딱히 겁 먹은 거 아니야. 진짜로.

사라사: 그런 셈 쳐줄게.

마츠리: 야……

사라사: 알겠지? 잘 기억해둬. 그 게임의 제목은——

 

01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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