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 히로인
제2이케맨: 히로인이 와!! 부탁이야, 도와줘!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추측하건대, 히로인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만나야만 하는 존재이다.
그냥 여자잖아?
그런데도 이 녀석은 왜 이리 겁에 질린 걸까. 상당히 귀찮은 여자인가?
???: 으~…….
마츠리: !
신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있다.
제2이케맨: 아아~, 왔다~!!
저것이 히로인인가?
히로인인가? 인간의 형태가 아니잖아.
나는 남자를 매달고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펜스에 막혀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남자가 '히로인'이라고 부른 것이 조명 빛에 비쳤다.
마츠리: ……… 괴물.
거대한 생명체다.
적어도 인간은 아니다. 인간의 부품을 몸에 두른 무언가 이다.
수많은 인간 남자의 몸을 해체해서, 한 덩어리로 조립한 듯한 모양새이다.
이게 히로인?
???: 도와줘…… 괴로워……무서워…….
마츠리: !?
히로인의 몸에 붙은 얼굴이 말했다.
???: 으으~…… 싫어~
신음 소리의 정체는 그들이었나.
제2이케맨: 히로인! 이 녀석부터 먼저 공략해줘!
마츠리: 야!?
남자가 나의 등을 떠밀어 히로인에게 내밀려한다.
히로인: ……… 그워어~
히로인의 수많은 눈알이 내 뒤편의 남자를 향했다.
▶응원할게◀
▶계속 같이 있자◀
▶정말 좋아해◀
갑자기, 히로인 앞에 3개의 디스플레이 같은 것이 나타났다.
마츠리: (저건…… 3택?)
▶응원할게◀
▶계속 같이 있자◀
▶정말 좋아해◀
제2이케맨: 그런! 어째서!!
남자가 소리쳤다.
제2이케맨: 싫어, 싫어! 난 너 따윈 안 좋아해! 나는——
제2이케맨: 윽!!
갑자기 남자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츠리: 이봐, 괜찮아!?
내가 남자에게 닿기도 전에, 히로인이 남자의 몸을 덥석 쥐었다.
히로인이 입을 벌렸다. 그 녀석의 입천장에는 이빨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히로인은 움찔움찔 경련하는 남자를 들어서는, 그러고는…….
먹었다.
마츠리: ……….
쩝쩝 소리를 내며 먹힌 남자를 멍하니 보는 수밖에 없었다.
발이 굳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무섭다.
얼마 있으니 먹혔던 남자의 얼굴이 히로인의 다리에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자랐다. 버섯처럼.
그는 히로인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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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제2이케맨과의 만남
꿈에서 깨기 위해서는, 이 세계에서 탈출해야 할 것 같다.
그걸 위해서는 이 게임의 히로인을 꼬셔야만 한다.
마츠리: (히로인을 찾자.)
▶간판
엘리베이터 옆에 간판이 있다.
캐주얼 2층, 공부・교육용 3층, 테이블 4층, 스포츠 5층, 시뮬레이션 6층, 어드벤처 7층, 액션 8층, RPG 9층, 오토메 10층
층 표기겠지.
▶가장 오른쪽 로봇
마츠리: 이봐, 이 주변에서 인간 못 봤어?
로봇: 저기, 어제 '라스트 레전드'봤어?
마츠리: 내가 먼저 물었어.
로봇: 저기, 어제 '라스트 레전드' 봤어?
내 질문에 답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마츠리: 뭐야 그건.
로봇: 에~ 안 봤어? 아~아 누가 살아남을까?
마츠리: ???
로봇: 저 큰 모니터로 보고 싶은데, 망가져서 작동하질 않아…….
마츠리: (사람 말을 듣질 않는군.)
▶모니터
큰 모니터가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왼쪽에서 두 번째 로봇
마츠리: 이 주변에서 인간 여성 본 적 있어?
로봇1: 아~ 그건 히로인?
마츠리: 음? 그래. 히로인.
게임 내 캐릭터도 히로인을 '히로인'이라고 부르는 건가.
고유명사는 없나?
마츠리: 그 여자는 어디에 있지?
로봇1: 글쎄? 그녀는 망가졌으니까.
마츠리: 망가졌다?
로봇1: 그러니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이동에 법칙성은 있다고 들었지만, 난 모르겠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로봇
로봇: 인간 여자애? 아아, 히로인 말이지. 아까 복도에서 봤어.
마츠리: 어디 복도?
로봇: 오른쪽 복도야.
마츠리: 고마워.
▶가장 왼쪽 로봇
로봇2: 그녀는 좀 허당 같았지.
로봇3: 긍정적이고 착한 애였지.
로봇2: 우수하고 착한 애였지.
로봇3: 우수한 걸 자만하지 않는 점이 좋았어.
전부, 과거형이다.
마츠리: 아무래도 히로인은 여기가 아니라 복도에 있는 모양이야.
▶1층 복도로 이동
히로인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던 복도로 와 보았다.
갈림길이 많고, 펜스로 막혀 있는 길도 있었다.
나아갔다가 돌아오고, 나아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마치 미로 같다.
마츠리: 뭐야, 여기도 막혔나.
또다시 펜스에 의해 길이 막혔다.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했을 때——
???: 도와줘!!
마츠리: ?
인간 남자가 이곳을 향해 달려왔다.
그 또한 잘생긴 얼굴이다.
제2이케맨 발견. 물론, 나보단 못하다.
마츠리: 왜 그래? 너도 게임에 끌려온 사람이야?
제2이케맨: 그래, 맞아! 그 외에 뭐가 있겠어!!
제2이케맨: 호감도가, 앞으로 1개면 MAX야! 당신은?
남자가 갑자기 내 왼팔을 잡았다. 내 팔찌를 확인하는 듯하다.
제2이케맨: 뭐야, 당신. 아직 호감도 0잖아. 잘 됐다, 교체해줘!
남자가 필사적인 모습으로 내게 매달렸다.
남자의 팔을 보자 나와 같은 팔찌가 있으나, 나의 그것과는 다르게 표면에 녹색 보석이 2개 박혀 있었다.
마츠리: 기다려, 무슨 소리야?
제2이케맨: 녀석한테 들켰어!
마츠리: 녀석이 누군데?
제2이케맨: 당연한 거 아냐!! ……!?
남자가 뒤를 돌아보고는 온 길을 겁먹은 눈으로 보았다.
제2이케맨: 아아…… 온다! 싫어, 도와줘!!
마츠리: ???
제2이케맨: 히로인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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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제1이케멘과의 만남
건물 안에 들어가니 천장이 높은 홀이 펼쳐졌다.
방 중앙에는 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츠리: 넓군…….
있는 건 로봇뿐이다. 인간은 없는걸까?
???: 여, 인간이잖아.
마츠리: !
돌아보니 인간 남자가 서 있었다. 사람이다!
꽤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나보다는 못하다. 제1이케멘이라고 부르자.
제1이케멘: 너도 저주받은 게임에 끌려 들어온 놈이지?
동료다.
마츠리: (다행이다, 다만 그런 게 아니구나.)
웃음이 나오는 걸 참으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마츠리: 어, 그래. 하지만 신경쓰진 않아. 이건 내가 보고있는 그냥 꿈이니까.
제1이케멘: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내 꿈이야.
마츠리: 뭐? 그쪽이야말로 무슨…… 아니, 잠깐.
지금 보고 있는 꿈은 나의 꿈일까 남자의 꿈일까. 집에서 읽은 고전 교과서를 떠올렸다.
마츠리: 장자같은 문답이 됐네. 그렇다면 누가 보는 꿈인지따위는 사소한 거야.
제1이케멘: 뭐, 그렇지. 네가 뭐라고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제는 어떻게 이 꿈에서 깰 수 있을까. 겠지?
마츠리: 동감이야.
제1이케멘: 위험하게도, 난 이 꿈에서 일주일이나 지냈어.
마츠리: 진짜?
그런 것치고는 남자는 평온했다.
제1이케멘: 하지만, 안심해. 난 드디어 정답을 알아챘거든.
제1이케멘: 게임 세계에 헤맨다는 얘기는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보는 설정이야 .
제1이케멘: 그런 소재의 작품은, 대체로 게임 세계에서 탈출하면 끝나지.
제1이케멘: 이 꿈도 게임 세계를 탈출한다면 분명 끝날거야
마츠리: 어떻게 탈출하지?
제1이케멘: 게임을 클리어하는 거야.
마츠리: 게임 클리어…….
제1이케맨: 보통은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면 클리어지만, 이 게임은……
마츠리: 오토메 게임…… '히로인이 이케맨을 공략하는 게임'이라고 들었어.
제1이케맨: 그렇지. 그러니까 이 게임은 주인공——히로인을 공략하는 게 클리어라고 생각해.
마츠리: 뭐야, 간단하잖아.
제1이케맨: 그래. 별 거 아니지.
남자가 이빨을 보이며 웃는다. 이상할 정도로 이가 희다.
마츠리: 거대한 몬스터를 쓰러트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럼, 같이 히로인을 찾자.
제1이케맨: 잠깐, 그건 아니지.
마츠리: 뭐?
제1이케맨: 게임 히로인은 한명밖에 없잖아? 그 여자를 꼬시는 남자는 한 명 뿐일지도 모르잖아.
마츠리: …… 양다리걸칠 수 있을지도.
제1이케맨: 그러면 안 되지.
마츠리: ………….
제1이케맨: 우린 지금부터 라이벌이야. 너도 나보단 못하지만, 이케멘이지. 건투를 빌게.
마츠리: …… 그럼, 왜 나한테 클리어하는 법을 알려준 거야?
제1이케맨: 네가 신입처럼 보여서. 곤란한 녀석을 돕지않는 건 미남의 수치니까.
남자는 씩씩하게 걸으며 자리를 떴다. 성격도 상당히 이케멘이지 않은가.
마츠리: 또, 혼자인가…….
이것으로 우유리흐 팩토리 안에 들어갈 수 있겠지.
접수처의 로봇에게 통행증을 보여보자
마츠리: 잠깐 괜찮을까.
안에서 로봇이 얼굴을 내밀었다.
접수 로봇: 네~
마츠리: 통행증은 있어. 안에 들어갈 순 없을까.
접수 로봇: 무립니다.
마츠리: 왜?
접수 로봇: 이 통행증, 당신 통행증이 아닙니다. 얼굴 사진이 다릅니다.
그렇게 말하곤 접수처의 로봇은 안으로 사라졌다
마츠리: (젠장, 낡아빠진 로봇 자식.)
얼굴 사진이 필요한건가……. 어떻게 손에 넣지.
▶접수처
마츠리: (얼굴 사진이 붙은 통행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통과시켜주지 않는 모양이야.)
어떻게 손에 넣지.
▶바닥의 날붙이
땅에 예리한 철 파편이 떨어져 있다.
무언가를 자르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터
마츠리: 어라, 이건…….
'우유리흐의 처방전'의 포스터인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왕자님과의 비밀의 계약'이라는 작품의 포스터인 듯하다.
'우유리흐의 처방전'과는 다른 사람이 일러스트를 그린 듯하나, 구도는 비슷하다.
▶쓰레기통
쓰레기통이 있다. 무언가 있지 않을까.
마츠리: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되는 거야.
뒤적뒤적 쓰레기통을 뒤졌다.
마츠리: 앗.
마츠리: 못 쓰겠군. 망가졌어.
하지만 얼굴 사진을 손에 넣을 기회다. 어떻게든 카메라를 수리하고 싶다.
마츠리: 밑져야 본전인데, 부탁해볼까.
▶카메라를 선택해 로봇을 터치
마츠리: 야, 로봇. 기계 수리같은 건 잘 해?
해고 로봇: 당연하지, 난 기계니까.
마츠리: 이거 고칠 수 있어? 쓰레기통에 들어 있었어.
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내밀어 보았다.
해고 로봇: 간단하지.
로봇은 자기 머리에 꽂힌 드라이버를 뽑아서 카메라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해고 로봇: 부품이 느슨해졌을 뿐이야. 아까워라.
해고 로봇: 자, 고쳤어.
마츠리: 굉장한데, 고마워. 무슨 답례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해고 로봇:아니, 됐어……. 내가 원하는 건, 새로운 직장밖에 없으니까.
안타깝게도 회사는 그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누구나 1회용인걸.
카메라의 렌즈를 내에게 향하고 셔터 버튼을 눌렀다.
찰칵
지잉-
사진이 나왔다.
놀랍다. 낡아빠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조차 멋있게 나오는 나.
하지만 사진이 너무 커서 통행증에 붙일 수 없다 .
마츠리: 사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겠어.
▶철 파편과 사진을 합성
주운 철파편을 사용하여 사진을 진중히 잘랐다.
마츠리: 좋아, 깨끗하게 잘렸어.
이젠 통행증에 증명사진을 붙이기만 하면 완성이다.
어딘가 풀같은 게 없을까.
▶포스터
포스터 사면에 붙은 테이프를 한 장만 떼어냈다.
마츠리: 이걸 둥글게 말아서…….
양면테이프가 만들어졌다 .
증명사진의 뒷편에 붙였다.
이제 통행증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통행증과 증명사진 합성
증명사진을 통행증에 붙였다.
이것으로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시험해보자.
▶통행증을 장비하고 접수처를 터치
마츠리: 잠깐 괜찮을까.
접수 로봇: 네~
마츠리: 통행증이 있어. 안에 들어가게 해줘.
접수처의 로봇은 통행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접수 로봇: 들어가세요~
문이 열렸다. 드디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건물 안에는 사람이 있을까?